험난한 3차 스프린트가 지나갔다.
다소 부정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작성한다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그동안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을 기록하는 차원에서 글을 남기려 한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 Psychological Safety
조직 내에서 개인이 안전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 즉, 심리적 안전감을 느낀다면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심리적 안전감을 느낄 수 있는 조직은 구성원들이 두려움 없이 의견을 낼 수 있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으며, 성과를 낼 수 있다.
반대로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는 조직이라면?
의견을 내는 데 조심스러워하고, 실수를 할까 조마조마한 상태에서 마치 빙판길을 걷는 듯한 느낌일 것이다. 나의 경우 2, 3차 스프린트에서 그러했다.
기획 회의 중 크루들 간의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회의를 할 때 누군가 의견을 내면 가시가 박힌 말들이 오갔다. 의견을 제시하기가 무섭게 분위기가 얼어붙었고, 말을 꺼내기가 두려운 상황이 되었다.
'잘못한 게 없는데도 잘못한 느낌이 들어요'
무언가 이상했다. 분명 평범한 의견이고 단순히 제안을 하는 것인데 왜 자꾸 분위기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까. 그러다 2차 데모데이가 끝나고 갈등이 표면 위로 드러났다. 평소 생각이 많지 않은 편인 나조차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할 정도였다.
팀에 문제가 있음을 팀원 모두가 직감했다. 다 같이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했고, 회의 아닌 회의를 시작했다.
먼저, 우리는 솔직해지기로 했다. 조심스러워진 분위기 속에서 서로가 가면을 쓰고 있다고 판단했다. 솔직하게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꺼내기로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터놓고 이야기를 한 뒤 결론을 내리지 않았던 탓일까, 아니면 의견 충돌이 있던 크루가 화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걸까. 이 날도, 다음 날도, '우리'가 주제인 회의를 계속했다.
잘 지내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우리는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이렇게 된 이상 프로젝트를 놓아버리고 개별 공부를 할지, 아니면 프로젝트를 그대로 가면서, 팀도 유지할지 말이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팀원 모두가 프로젝트 지속하기를 희망했고, 서로 진한 협업을 하면서 팀 활동을 하고 싶어 했다. 난 이러한 결과를 관계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느꼈다. 서로 동고동락하며 프로젝트를 열심히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던 것이었다.
깨달음
포비와 팀 면담을 하면서 인상깊은 말이 있다.
'팀 분위기가 이렇게 된 것은 팀원 누군가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팀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어요.'
이 말을 듣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두 크루가 싸우고 난 뒤, 그저 둘만의 문제라고 간주했던 내가 생각났다. 오히려 제3자가 개입하면 당사자들이 불편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보니 두 크루 사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했던 것 같다. 팀원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팀의 문제였던 것이다. 회의에서 날카로운 말이 오갈 때 나서서 중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일대일로 진솔한 대화를 나눴으면 어땠을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들을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라운드 룰 재정의
우리는 그라운드 룰부터 다시 정의하기로 했다. 그동안 결정을 내릴 때 그라운드 룰을 참고했는데, (예를 들면 선 실패 후 해결 이라든가..) 앞으로의 우리에게 기준점이 될 그라운드 룰을 재정비함으로써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새롭게 추가된 주요 그라운드 룰은 다음과 같다.
1. 솔직하게 살자
- 자신이 먼저 솔직하지 않으면 상대도 믿지 못한다. 상대방도 거짓된 가면을 쓰고 있다고 판단하여 상대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먼저 솔직해지기로 그라운드 룰을 정했다.
2. 서로 신뢰를 하자
- 신뢰가 갑작스럽게 쌓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부터라도 신뢰를 쌓아가기로 했다. 무너진 둑을 쌓아올리고, 둑 안에 신뢰라는 물을 조금씩 채워나가려 한다.
서로를 믿는 것
심리적 안전감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믿는 상황이었다면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더라도 믿고 기다려주며 함께 이겨냈을 것이다.
결국 우리 팀이 무너졌던 것은 신뢰 때문이었다. 다툼의 원인도 엄밀히 보면 서로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이 상황 속에서 상처를 받는 팀원들이 생겼던 것이다.
취약성을 공유하기
프론트엔드 코치 공원에게 빌린 책 중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에서, 진정성 있는 태도와 열린 마음이 전제될 때, 취약성을 공유하는 것이 협동과 신뢰를 쌓아 올리는 머릿돌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 우리는 회식 자리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서로의 내면을 알게 되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흉터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렇게 진정성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취약성을 나누면서 오히려 정서적 유대감이 짙어진 느낌을 받았다. 강점을 드러내고 팀의 성과에 이바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점을 공유하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에 빠졌을 때, 수심 아래 깊은 곳으로 끝없이 내려가는 중에는 다시 올라가기 힘들다. 하지만 바닥에 닿으면 이를 발구름판 삼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 팀은 바닥을 경험해 봤으니 이를 디딤돌 삼아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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